[시승기] ‘대배기량 슈퍼차저 V8’을 만날 마지막 기회..캐딜락 ‘CT5-V 블랙윙’

[인제=데일리카 신종윤 기자] 캐딜락 CT5-V 블랙윙은 기존 고성능 라인업인 V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하이 퍼포먼스 머신으로, 대배기량 V8엔진과 슈퍼차저 조합, 후륜구동 굴림방식과 뛰어난 차체 밸런스가 특징이다.

블랙윙은 기존 고성능 라인업인 V시리즈를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한 모델인만큼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워와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레이싱 테크놀로지 적용이 돋보인다. 마치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에서 선보인 컴페티션 모델들처럼 보다 순도 높은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발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고성능에 특화된 CT5-V 블랙윙을 인제 스피디움에서 달려볼 수 있었다.

차체 전면을 보면 한 눈에 보기에도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낮고 넓게 펼쳐진 스탠스와 부풀어 오른 좌우 펜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프라이머리 메쉬 그릴과 세컨더리 그릴은 흡기 효율을 높이는 한편 좌우에 배치된 펜더 벤트는 브레이크 쿨링에 기여한다. 범퍼 하단으로는 카본 스플리터가 달려 공격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측면은 후륜구동 모델임을 드러내듯 롱노즈 숏데크 비율이 돋보인다. 기다란 보닛과 짧은 프론트 오버행으로부터 시작된 속도감이 루프라인과 캐릭터 라인을 통해 완성된다.

프레스티지 디스턴스에 위치한 공기 통로는 고성능 모델의 디테일을 더하고 도어 하단부로는 카본 사이드 스커트가 마련돼 전면의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바퀴는 전용 19인치 사틴 그라파이트 다크 피니쉬 알로이 휠이 적용됐으며,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브레이크는 카본 세라믹 사양이 마련됐다.

후면 역시 고성능 모델다운 박력이 가득하다. 트렁크 리드 위로 덧대어진 카본 리어 스포일러를 비롯해 사각형 팁으로 마무리된 쿼드 머플러가 돋보이며, 슬쩍 비치는 광폭 타이어의 존재감 또한 블랙윙의 뒤태를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리어 디퓨저 역시 카본으로 마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오면 고유의 시리얼 넘버가 각인된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을 확인할 수 있다. 림 상단에는 레드 센터 스트라이프가 적용 됐으며, 하단에는 카본 트림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시트는 블랙윙 전용 사양으로 퍼포먼스 버킷 시트가 마련 됐으며, V로고 각인과 레드 컬러 벨트가 적용됐다. 볼스터가 도톰한 트랙 지향 모델이지만 마사지 시트를 비롯해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열선/통풍 시트가 마련돼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6.2L V8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으로 최고출력 677마력, 최대토크 91.9kg・m 사양의 압도적인 파워 유닛이다. 엔진은 숙련된 엔지니어의 이름을 걸고 생산되는 핸드-빌트 모델로 시리얼 넘버와 함께 엔지니어의 서명이 표기돼 있다.

변속기는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으며, 오로지 뒷바퀴를 통해서만 출력을 전달한다. 서스펜션에는 세대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이 탑재 됐으며, eLSD를 통해 구동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CTS-V 블랙윙에는 투어, 스포츠, 스노우, 트랙, 마이 모드, V모드 등 총 6가지 주행 모드가 지원된다. 그중 V모드에서는 차체 제어와 서스펜션 및 eLSD 컨트롤 시스템인 ‘퍼포먼스 트랙션 매니지먼트’가 마련됐으며, 엔진 사운드와 브레이크 피드백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또 스티어링 휠 왼편에 V버튼을 마련해 즉각적인 모드 변경을 가능하게 했다.

차체를 움직여 트랙으로 진입하면 하체의 포용력이 눈에 띈다. 일상의 주행부터 서킷 주행까지 아우르는 모델인 만큼 세분화된 하체 반응성으로 승차감과 스포츠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본격적인 트랙 주행에서는 넘치는 힘으로 인해 제어력을 상실할까봐 자세제어장치를 단계별로 조절하며 주행에 임했다. 인스트럭터의 대동 없이 진행되는 자율 세션인 만큼 과격한 오버페이스는 사고로 직결될 것이 뻔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주행에 나섰지만 넘치는 출력과 기민한 핸들링 성능, 매력적인 엔진 및 배기 사운드로 인해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이 밟아도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하며 차체를 다잡았고 매 순간마다 긴장의 끈을 다시 붙잡았다. 슈퍼차저로 인한 리니어한 반응성을 기대했지만 워낙 강력한 출력에 순간순간 아찔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고성능 모델에 걸맞은 운전실력이 요구된다.

넘치는 출력을 제어하기 위한 브레이크 성능 역시 돋보였는데, 세션을 거듭해도 지치지 않는 강력한 내구성이 기대 이상의 성능이었다. 카본 세라믹을 사용하는 만큼 열이 오르면 제 성능을 발휘했으며, 첫 랩이나 마지막 랩 모두 일관된 답력으로 확실한 피드백을 전달했다. 트랙에서의 아쉬움이라면 무거운 차체와 맞물린 타이어인데, 과격한 출력과 강력한 브레이크 조합으로 타이어에게 다소 가혹한 환경이었다. 이 점을 제외하면 남다른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서킷 주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편, CT5-V 블랙윙에는 주행 영상을 녹화하고 다양한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퍼포먼스 데이터 리코더(PDR)’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있다. 운전자는 이를 통해 주행 속도와 가속 페달 및 브레이크 답력, 휠 각도 및 G-포스 등 트랙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주행 화면에 오버레이 된 상태로 확인할 수도 있다.

전동화 시대가 본격화되며 고성능 내연기관들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멀티실린더 엔진의 풍성한 질감과 폭발적인 사운드를 경험할 날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터보 엔진이 주류가 된 최근 시장상황에서 CT5-V 블랙윙의 슈퍼차저 엔진은 차별화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메인스트림에 오르긴 어렵지만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매력을 선사할 캐딜락 ‘CT5-V 블랙윙’의 판매가격은 1억4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