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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한..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90

Land Rover
2021-08-03 06:49:02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시대를 풍미했던 ‘올드보이’들이 자동차 시장에 속속 복귀한다. 레트로 열풍은 문화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발전된 기술력과 만나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는 밑거름이 되곤 한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지금의 랜드로버를 있게 해준 디펜더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단종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애호가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힘입어 랜드로버는 2019년 디펜더의 부활을 선언했다. 2020년 2세대 디펜더가 유럽에 출시된 후 같은 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발 빠르게 한국 수입차 시장에 신형 디펜더를 투입했다. 원류에 가장 가깝다는 디펜더 90을 시승했다.

독특한 비례감에서 오는 당당함..오프로더 냄새 ‘물씬’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디자인으로 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시도가 일반적이다, 소비자들도 차의 외모를 보고 차의 성능이나 스타일을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디펜더의 외모는 혼란을 준다. 익숙한 외모가 아니여서다. 다부진 체형에 다소 언밸런스한 짧은 휠베이스는 도대체 이 차는 어떤 몸놀림을 보여줄지 직접 운전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정도다.

디펜더 90의 크기는 길이 4583㎜, 너비 1996㎜, 높이 1974㎜, 휠베이스 2587㎜ 등이다. 정면에서 본 디펜더는 여느 대형 SUV 이상의 당당함을 자랑하지만, 길이나 휠베이스는 소형 SUV 수준에 불과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짧은 휠베이스는 디펜더에 민첩함을 부여했다. 보기와 달리(?) 디펜더는 회전반경이 좁고 접근각(31.5°)과 이탈각(35.5°)은 정통 오프로더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전 세대보다 많이 유순해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현행 디펜더 역시 전체적으로 다부진 자세와 각진 외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다. 앞뒤로 짧은 오버행 역시 디펜더의 정통성을 계승한 요소다. 테일게이트에 부착된 스페어 타이어, 원과 사각형으로 구성된 야무진 헤드램프 등은 오프로더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실내는 전통과 최신 기술이 조화를 이룬다. 차체 프레임을 굳이 숨기지 않고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로 부각 시킨 점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 일부와 도어 트림 등에 노출된 프레임은 시각적으로도 강인한 인상을 부여하는 한편 손에 닿는 날 것의 촉감으로도 정통 오프로더의 DNA를 표출한다. 지붕 대부분을 덮는 널찍한 파노라믹 루프 역시 디펜더의 강점 중 하나다.

전통에의 향수를 자극하는 디펜더지만, 편의품목 구성은 최신기술을 적극 반영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인치 디스플레이엔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IVI 프로’ 가 탑재됐다. 차 내 각 기능이 디스플레이 안에 담겼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유사한 구성이다. 최근 IT기기 조작에 익숙한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결과다. 디스플레이에 맞춰 잘 조율된 T맵 순정 내비게이션도 한국 운전자들에겐 반가운 요소다.

트렁크 용량은 297ℓ로 다소 아쉽지만, 2열을 접으면 1263ℓ까지 확장된다. 2도어 구성에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2열 공간이 걱정됐지만, 170㎝ 후반 성인 남성이 불편함 없이 앉을 수 있었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48V 하이브리드, 효율과 주행감성 동시에 잡아

올 뉴 디펜더는 신형 직렬 6기통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해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58.1㎏f·m 등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연료효율도 복합 9.5㎞/ℓ로 준수하다. 85ℓ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740㎞ 이상 주행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는 신형 엔진의 개선점을 강하게 내세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를 꾀했고, 실린더 내 피스톤 마찰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여기에 트윈 터보차저와 전자식 가변 노즐 시스템 등으로 엔진 회전수 2000rpm에서 최대토크의 약 90%를 뿜어낼 정도로 초반 반응성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직렬 엔진의 강점은 48V 하이브리드와 만나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한다. 초반 가속은 힘이 넘치지만 디젤 특유의 울컥거림이 없고, 속도를 쌓아올리는 감각도 가솔린과 유사하다.

48V 하이브리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별도의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치 않다. 내연기관차의 저전압 배터리를 48V로 교체하고, 시동모터 일부를 손보는 정도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비교적 간단한 솔루션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엔진이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정차 후 출발 상태나 가속 시 슬쩍 힘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효율과 성능 두 부문 모두 개선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일상 주행에서도 걱정과 달리 거칠지 않다. 오프로더의 특성 상 노면 상태에 따라 바퀴가 상하로 움직이는 폭이 크지만, 제약 없이 낭창낭창하다거나, 충격을 거르지 않고 탑승객에게 전달하는 어설픈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고가 높고 휠베이스가 짧기 때문에 급격한 움직임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디펜더는 랠리카 버전이 출시될 정도로 자세를 다잡는 능력도 출중하다. 보이는 덩치에 비해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회전구간을 빠져나갈 때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명민하지만 콱콱 서지 않는 브레이크도 매력적이었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독특한 구성의 정통 오프로더, 낯설지만 즐거운 경험

올 뉴 디펜더 90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독특한 상품성을 갖췄다. 성격이 분명하다는 것은 소비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디펜더의 가치는 볼륨모델로서의 히트 여부가 아니라 랜드로버의 브랜드 가치를 한국 수입차 시장에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전통과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90 D250 SE의 가격은 9290만원이다.

[TV 데일리카] 당당한 오프로더 랜드로버 디펜더